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에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여러분을 뵈니 반갑습니다.

한국인들은 서로 만나면 지금처럼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나눕니다. 영어로는 “How are you?” 정도의 뜻이지만, 원래 의미는 다치지 않았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밥은 굶지는 않았는지를 두루 묻는 인사였습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전쟁과 착취와 기근으로 밤 사이 안녕하지 못한 일들을 자주 겪으시면서 그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인류는 지금 “안녕하십니까”하고 안부를 물어야 하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억7,62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380만 명을 넘었습니다. 매일 60만 여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역사 이래 인류가 동시에 같은 문제로 고통과 위협과 위기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도 백신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무서운 충격과 각성을 주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를 지구가 인류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입니다. 인류는 지속가능성을 걱정할 정도로 무서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첫째, 이상 기후와 생태계 파괴입니다. 열사의 땅인사우디와 알제리에 눈보라가 날리고, 아열대 지방인 대만에서 한파와 폭설이 몰아칩니다. 북극과 남극에서는 이상고온으로 빙하가 녹아 내리고, 미국 서부와 호주에서는 산불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기후 재해로 123만명이 죽었습니다. 최근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계 파괴로 1970~2016년 사이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등 개체수가 평균 68% 줄어들었습니다.

둘째, 불평등의 심화입니다. 세계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그 과실은 공평하게 분배되지않고 있습니다. Credit Suisse가 발행한 Global Wealth Report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의 부자 1%가 세계 모든 부의 43.4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만 달러 이하의 53.6퍼센트는 고작 세계 부의 1.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의 불평등이 계속 심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여전히 억압을 받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사망자가 820명을 넘어섰습니다. 불안전한 대의정치로 주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성별 세대별 영역별 이해가 제대로 대변되지 않고 있습니다. 소수자의 의견은 거대 정당 중심의 정치에 묻혀버리기 일쑤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총리와 여당 대표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기후위기와 사회위기와 민주주의 위기에 대처하는 해법을 고민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ESG3.0을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ESG는 이제 투자자 중심의 ESG1.0과 경영자 중심의 ESG2.0을 넘어 투자자와 기업과 시민이 함께 하는 ESG3.0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ESG1.0은 투자자들이 시작을 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잘 나가던 기업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주가가 폭락하거나 하루 아침에 파산하는 사태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세계적 스포츠웨어 기업인 나이키의 주가 폭락, 2002년 미국 7대 에너지 기업이던 엔론의 파산, 2010년 영국 석유회사 BP의 멕시코만 기름 오염사건 등은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안겼습니다. 나이키의 소년 노동과 엔론의 분식회계와 BP의 환경 훼손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면서 발생한 일들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 성과 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 등 비재무 요소들을 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윤리투자와 책임투자와 사회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한 보고서에 ESG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투자자 중심의 ESG1.0 시대는 그렇게 열렸습니다.

ESG2.0은 경영자들이 주도했습니다. 경영자들은 ESG가 기업의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21세기 수탁자책임(Fiduciary Duty in 21st Century)’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ESG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으면 이는 곧 금융기관이 수탁자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결국 금융기관과 투자회사들은 ESG에 어긋하는 행동을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거나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마저 생겨나고 있습니다. 세계적 자산운용회사 미국 블랙록이나 세계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한국의 국민연금공단 등이 속속 ESG와 연계된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외 기업들이 줄줄이 ESG경영을 도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자 중심의 ESG2.0시대는 그렇게 열렸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ESG투자와 ESG경영만으로 위기의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금융계와 산업계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친환경 사업을 벌이고, 소득격차를 배려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든다고 해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기업의 ESG 실천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흉내만 내는 ESG Washing이 벌써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가나 시민단체에서 ESG Washing을 감시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제품, 화석연료 사용 자제 등 시민들의 생활 속 ESG실천이 없이는 인류가 직면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저는 지구를 구하는 해법으로 ESG3.0을 제시합니다. 국가와 기업과 시민이 함께 하는 생활ESG가 지구를 살리는 길이고, 인류가 사는 길입니다. 시민 하나하나가 일상 속에서 ESG 실천가가 되고, ESG 감시자가 되고, ESG활동가가 될 때 ESG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저는 지난 2월 국회에서 당대표 연설을 할 때 대한민국 국회 사상 처음으로 본회의장에서 ESG를 거론했습니다. 당시 이익 공유제를 설명하면서 “ESG를 도입하자, 그런데 이익 공유제를 강제하고 싶지 않다. 그런 방법보다는 장려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경제 주체들이 이익 공유제에 스스로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ESG실천이 보상받는 사회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은 이제 ESG 선도국가 중 하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이 주최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에서 "경제와 사회 구조 전반을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해야 미래세대가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날 채택된 '서울선언문'은 다음과 같이 ESG를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기업, 주주, 그리고 경제단체가 지역사회 및 소비자와 같은 이해관계자와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고 기업 활동에서 친환경 관행과 태도를 내재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의 가치가 기업평가를 주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고 보며, 기업이 ESG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할 것을 권장한다. 우리는 P4G 협력 사업이 ESG 기준을 존중하고, 가능한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과학기반 경로를 추구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서울선언문’은 기업과 주주, 경제단체, 지역사회, 소비자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ESG활동을 실천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선언문’에 담고 있는 이런 내용이 ESG3.0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ESG3.0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행동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4월 ESG3.0을 실천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생활ESG행동’을 발족시켰습니다. ‘생활ESG행동’은 기후위기와 사회위기,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시민들의 조직입니다. ‘생활ESG행동’은 생명다양성을 회복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우정과 연대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10대 약속을 실천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러 지역별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여러 사회단체와의 MOU를 맺고 10대 약속 릴레이 서명운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생태도시를 만들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그린워싱을 감시하는 등의 생활ESG행동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벌써 몇가지 긍정적이고 실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전 ‘생활ESG행동’과 한국전통떡류식품산업협회가 MOU를 맺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협회는 떡집에서 사용하는 하루 100만 여개의 플라스틱 포장용기를 친환경 용기로 교체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생활 ESG 행동과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복지를 포함한 생명 다양성 의제 확산을 위한MOU를 체결했습니다. 생활ESG행동은 다양한 실천들을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한류’를 아시지요. 최근 여러 주째 빌보드차트 1위에 올라있는 BTS 등이 주도하는 K팝이나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드라마, 점점 세계인들의 입맛을 잡아가고 있는 김치를 비롯한 K푸드 등이 세계무대에서 ‘한류’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시작하는 ‘생활ESG행동’이 세계무대에서 ‘ESG한류’로 확산하기를 희망합니다. ‘생활ESG행동’이 ESG의 모범을 보여주는 ‘K-ESG’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이미 ‘ESG한류’는 여러나라에서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K방역과 평화적인 민주화 운동인 촛불시위를 ‘ESG한류’로 생각합니다. K방역은 ESG의 특징인 개방성・민주성・투명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K방역은 국경과 거리를 열어 놓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시민들의 민주적 협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방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K방역은 선진국에서까지 모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촛불시위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불의한 권력을 몰아내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제 미얀마나 태국 등 몇몇 나라의 민주화 투쟁은 한국의 촛불시위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민주화 시위를 벌이면서 한국인들이 촛불시위 때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릅니다. 비폭력과 시민정신과 민주주의를 앞세우는 한국의 촛불시위는 ‘ESG한류’라고 불러도 될 만합니다.

이제 우리가 시작한 ‘생활ESG행동’이 또 하나의 ‘ESG한류’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생활ESG행동’이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시민위기와 민주주의 위기에 대응하는 세계인의 연대로 뻗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잠깐 영상 하나 보시겠습니다.

(캐나다 12살 소녀 세번 스즈키의 리우환경회의 연설 동영상)

지금으로부터 30년 쯤 전인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에서 당시 12살 소녀였던 캐나다 세번 스즈키의 외침입니다. 소녀는 말합니다.

“나는 햇빛으로 나가는 게 무섭습니다. 지구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입니다. 나는 공기를 마시는 것도 무섭습니다. 거기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소녀 환경운동가인 스웨덴 그레타 툰베리는 며칠 전 트위터를 통해 "G7 정상들은 기후와 관련한 공허한 약속을 뽐내고 이행되지 않은 오래된 약속을 반복하며 좋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습니다.

(툰베리 트위터 캡처 화면)

우리가 스즈키와 툰베리 이후 또 다른 소녀의 걱정을 들을 때면 돌이킬 수 없이 늦은 때 일 것입니다. 이제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습니다. 저는 ‘생활ESG행동’의 최초 제안자 중 한 사람으로서 세계인에게 ‘실천’과 ‘감시’와 ‘연대’라는 세가지 행동을 제안합니다.

실천합시다. 일회용품 이나 플라스틱 안쓰기 운동 등 무엇 하나라도 당장 실천합시다. 자동차를 운행을 줄여 화석연료 사용을 줄입시다.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합시다.

감시합시다. 말만 앞세우는 그린워싱을 감시합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허위・조작 정보를 감시합시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불평등과 차별을 감시합시다.

연대합시다. ESG를 지지하는 세계 시민과 연대합시다. ‘생활ESG행동’으로 함께 연대합시다.

감사합니다.

생활ESG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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